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았을 때, 생소한 의학 용어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BUN(Blood Urea Nitrogen, 혈중 요소 질소)입니다. 신장 건강의 척도로 불리는 이 수치는 우리 몸의 대사 과정과 배설 기능이 얼마나 원활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오늘은 BUN 수치가 높으면 또는 낮으면 임상적 의미, 그리고 이와 관련된 주요 질환들을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BUN 수치(혈중 요소 질소)의 정의와 측정 원리
BUN은 혈액 속에 포함된 질소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이 질소는 주로 ‘요소(Urea)’라는 성분에서 오는데, 요소는 우리 몸이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최종 노폐물입니다.
생성 및 배출 경로
단백질 섭취: 우리가 먹은 음식 속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됩니다.
간에서의 대사: 아미노산이 에너지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가 생성되며, 간은 이를 안전한 ‘요소’로 바꿉니다.
신장으로 이동: 요소는 혈액을 타고 신장(콩팥)으로 이동합니다.
배설: 신장의 사구체에서 걸러진 요소는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갑니다.
따라서 혈액 내 BUN 수치가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간의 대사 기능과 신장의 배설 기능이 모두 정상임을 시사합니다.
2. BUN 수치 정상 범위
일반적인 성인의 BUN 정상 범위는 10~20mg/dL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변수에 따라 소폭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연령: 고령층일수록 신장 기능이 자연스럽게 감소하여 수치가 약간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단: 검사 전날 고단백 식사(고기 등)를 했다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근육량 및 성별: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3. BUN수치가 높으면: 원인과 의심 질환
BUN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것은 몸 안에서 요소가 과다 생성되거나, 신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① 신장 기능 저하 (신부전)
가장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신장의 여과 능력이 떨어지면 소변으로 나가야 할 요소 질소가 혈액 속에 그대로 남게 됩니다.
급성 신부전: 탈수, 약물 부작용, 감염 등으로 인해 갑자기 신장 기능이 멈춘 상태입니다.
만성 신부전: 당뇨나 고혈압 등으로 인해 수년에 걸쳐 신장이 서서히 망가진 상태입니다.
② 탈수 (Dehydration)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고,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듭니다. 이로 인해 요소의 재흡수율이 높아지면서 BUN 수치가 상승합니다. 격렬한 운동 후나 설사, 구토 후에 자주 관찰됩니다.
③ 위장관 출혈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으로 인해 장내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혈액 속에 포함된 단백질(헤모글로빈 등)이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됩니다. 이때 다량의 요소가 생성되어 혈중 BUN 농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④ 고단백 식이 및 약물
과도한 단백질 보충제 섭취,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 등은 간에서 요소 생성을 촉진시켜 수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4. BUN수치가 낮으면: 원인과 의심 질환
BUN 수치가 낮은 경우는 높은 경우보다 빈도는 낮지만, 특정 장기의 심각한 기능 저하를 의미할 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① 간 기능 장애 (간경변, 간염)
요소는 오직 ‘간’에서만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간암, 간경화, 중증 간염 등으로 간 세포가 파괴되면 요소를 만드는 공장 자체가 가동을 멈추게 되어 BUN 수치가 뚝 떨어집니다.
② 영양실조 및 저단백 식이
단백질 섭취가 극도로 부족하면 재료가 없으니 생성되는 요소의 양도 줄어듭니다. 장기간의 단식이나 거식증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③ 과수분 상태 (수분 과잉)
정맥 주사(수액)를 과도하게 맞거나 물을 너무 많이 마셔 혈액이 희석된 경우에도 수치가 낮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5. BUN 수치와 크레아티닌(Creatinine)의 관계
신장 기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의사들은 BUN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반드시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치를 함께 확인합니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식사나 수분량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신장 기능을 더 정확히 반영합니다.
BUN/Creatinine 비율 (B/C Ratio):
비율이 20:1 이상으로 높을 때: 신장 자체의 문제보다는 탈수, 심부전, 위장관 출혈 등 ‘신장 외부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비율은 정상(10~15:1)인데 둘 다 높을 때: 신장 자체의 손상(신부전)을 강력히 의심합니다.

6. 신장 건강 관리를 위한 생활 가이드
BUN 수치가 경계선에 있거나 관리가 필요한 분들을 위한 4가지 수칙입니다.
나트륨 줄이기: 짠 음식은 혈압을 높이고 신장 사구체를 손상시키는 주범입니다.
적절한 수분 보충: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하루 1.5~2L 정도의 깨끗한 물 섭취가 권장됩니다.
단백질 섭취 조절: 신장 기능이 이미 떨어진 상태라면 과도한 단백질은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소변 검사: 단백뇨 여부를 확인하여 신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BUN 수치는 우리 몸의 대사와 배설 시스템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투석을 해야 하는 무서운 병은 아니며, 탈수나 식단 같은 일시적인 요인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온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국가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검사(BUN, 크레아티닌, 신사구체여과율)는 일반 건강검진 공통 항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진 주기: 기본적으로 2년에 1회 실시합니다.
지역가입자 및 피부양자: 만 20세 이상, 2년 주기로 홀/짝수 연도 출생자에 맞춰 진행합니다.
직장가입자: 사무직은 2년에 1회, 비사무직은 매년(1년 1회) 실시합니다.
검사 방법: 혈액 검사를 통해 수치를 측정하며, 검사 전 최소 8시간 이상의 공복 유지가 필요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건강in)나 모바일 앱을 통해 최근 10년간의 검진 결과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BUN 수치는 단일 결과보다 과거 수치와의 변화 추이를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전 검사보다 수치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면, 현재 정상 범위(10~20mg/dL) 내에 있더라도 신장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검진 포털에서는 크레아티닌과 신사구체여과율(eGFR)도 함께 보여줍니다. BUN이 높더라도 eGFR이 정상(60 이상)이라면 일시적인 탈수나 고단백 식이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