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능 검사 결과지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빌리루빈(Bilirubin)입니다. 황달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 수치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수치가 높을 때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는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1. 빌리루빈이란 무엇인가?
우리 몸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일종의 ‘혈액 노폐물’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빌리루빈의 대사 과정
파괴: 수명을 다한 적혈구(약 120일)가 비장에서 파괴되며 ‘간접빌리루빈’이 생성됩니다.
이송: 독성이 있는 간접빌리루빈은 혈액을 타고 간으로 이동합니다.
포합(Conjugation): 간세포는 이 독성을 제거하고 물에 잘 녹는 ‘직접 빌리루빈’으로 변환시킵니다.
배출: 변환된 빌리루빈은 담즙에 섞여 담관을 지나 십이지장으로 배설됩니다.
2. 총, 직접, 간접빌리루빈: 왜 나누어 검사할까?

혈액 검사에서 세 가지 수치를 모두 확인하는 이유는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① 간접빌리루빈 (Indirect/Unconjugated)
간에서 처리되기 전 단계입니다. 이 수치가 높다면 간에 도달하기 전에 적혈구가 너무 많이 깨지고 있거나(용혈), 간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② 직접빌리루빈 (Direct/Conjugated)
간에서 대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 수치가 높다면 간세포 자체의 손상이 심하거나,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밖으로 나가는 ‘길(담도)’이 막혔음을 의미합니다.
③ 총빌리루빈 (Total)
위의 두 수치를 합친 전체 양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의 기본 스크리닝 항목으로 사용됩니다.
3. 빌리루빈 수치 해석
일반적인 성인 기준 정상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총빌리루빈: 0.2 ~ 1.2 mg/dL
직접빌리루빈: 0.0 ~ 0.3 mg/dL
간접빌리루빈: 0.2 ~ 0.8 mg/dL
수치에 따른 위험도 구분
1.2 ~ 2.0 mg/dL (경계치): 눈에 보이는 황달은 없으나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길버트 증후군이나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를 의심합니다.
2.0 ~ 3.0 mg/dL (경도 상승): 안구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것이 관찰됩니다.
5.0 mg/dL 이상 (고도 상승): 피부색이 눈에 띄게 노랗거나 어두워지며, 즉각적인 원인 파악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4. 빌리루빈 수치가 높을 때 나타나는 주요 증상

빌리루빈은 독성이 있기 때문에 수치가 상승하면 전신에 다양한 이상 신호를 보냅니다.
시각적 변화
황달(Jaundice): 빌리루빈이 조직에 침착되어 눈과 피부가 노란색 혹은 오렌지색으로 변합니다.
소변 색 변화: 직접 빌리루빈은 수용성이므로 신장을 통해 배출됩니다. 수치가 높으면 소변이 진한 차(Tea) 색상이나 콜라 색으로 변합니다.
대변 색 변화: 담도가 막히면 빌리루빈이 장으로 가지 못해 대변이 회백색(점토색)을 띱니다.
신체적 불편감
가려움증: 담즙산이 혈액 내로 역류하여 피부 신경을 자극합니다.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복부 통증: 간 비대나 담석증이 원인일 경우 오른쪽 윗배에 둔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만성 피로: 간의 해독 기능 저하로 인해 극심한 무력감이 찾아옵니다.
5. 빌리루빈 수치 상승의 원인 질환
단순히 “간이 안 좋다”를 넘어, 수치 조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질환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간접 빌리루빈만 유독 높다면?
용혈성 빈혈: 자가면역 질환이나 특정 약물 부작용으로 적혈구가 과다 파괴되는 경우.
길버트 증후군(Gilbert’s Syndrome): 인구의 5% 이상이 가진 유전적 특징으로, 피곤하거나 공복 시 수치가 올라가지만 대개 치료가 필요 없는 무해한 상태입니다.
직접 빌리루빈과 총 빌리루빈이 함께 높다면?
바이러스성 간염(A, B, C형): 간세포 염증으로 대사 능력이 떨어진 경우.
간경변 및 간암: 간 조직의 파괴가 진행된 경우.
담석증 및 담도염: 담즙이 흐르는 통로가 돌(결석)이나 염증으로 막힌 경우. 췌장암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6. 빌리루빈 수치 관리를 위해 꼭 알아야 할 5가지

① 술과 약물은 가장 큰 적
알코올은 간세포의 빌리루빈 처리 능력을 직접적으로 방해합니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즙, 한약, 보조제는 간 수치를 급격히 올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② ‘공복’이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검사 전 너무 오랜 시간 굶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간접 빌리루빈 수치가 일시적으로 튈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재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③ 신생아 황달은 별도로 관리
신생아의 60% 이상이 겪는 황달은 생리적 현상인 경우가 많으나, 수치가 과도하게 높으면 뇌에 손상을 줄 수 있어 광선 치료를 신속히 받아야 합니다.
④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심한 스트레스는 간의 대사 속도를 늦춥니다. 충분한 휴식만으로도 경미하게 높은 빌리루빈 수치는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⑤ 정기적인 혈액 검사
빌리루빈 수치 하나만으로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AST, ALT, ALP, GGT 등 다른 간 기능 지표와 함께 해석해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빌리루빈은 우리 몸의 노폐물 배출 시스템이 원활한지 보여주는 ‘건강 신호등’입니다.
눈이 노랗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세요.
소변이 너무 진하다면? 수분 섭취와 함께 간 건강을 의심해 보세요.
수치가 약간 높다면? 최근 무리하거나 굶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세요.
간은 ‘침묵의 장기’입니다. 빌리루빈 수치가 눈에 띄게 변했을 때는 이미 간이 상당 부분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